서른여덟에 시작해 30년을 써온 작가 — 은희경과 2026년 신작 | 노리노리

서른여덟에 시작해 30년을 써온 작가 — 은희경과 2026년 신작

두 아이를 키우는 서른여덟 살 주부였어요. 그리고 소설을 써서 공모전에 냈어요. 그게 1995년이었어요.

《새의 선물》로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면서 은희경은 단숨에 한국 문학의 중심에 섰어요. 등단과 동시에 스타가 된 거예요.

박완서가 마흔에 시작한 것처럼, 은희경도 서른여덟에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이후 30년 동안 한국 문학에서 가장 날카로운 문장을 써온 작가예요.


은희경은 1959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어요. 숙명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도 등단했는데, 그 전에 이미 문학동네소설상이 먼저였어요.

첫 소설부터 100쇄를 넘긴 작가예요. 그리고 이후 내는 소설마다 각기 다른 주제와 형식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했어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다뤘고, 《마이너리그》에서는 사회 변두리의 인물들을 그렸고, 《태연한 인생》에서는 중년 여성의 삶을 담았고, 《빛의 과거》에서는 기억과 정체성의 문제를 파고들었어요.

장편마다 전혀 다른 결을 보여주는 작가예요. 같은 작가가 쓴 소설이 맞나 싶을 만큼 달라요. 그런데 읽다 보면 분명 은희경이에요.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 문장의 온도, 인간에 대한 태도. 그게 달라지지 않아요.


은희경 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게 있어요. 문장에서 멈추는 거예요.

어렵지 않은데 쉽지 않고, 슬프지 않은데 마음이 움직이는 문장들이에요. 은희경 특유의 냉소적인 시선이 깔려있지만, 그 냉소 뒤에 인간에 대한 연민이 있어요. 그 온도 차이가 읽는 내내 독자를 긴장시켜요.

평론가들은 은희경을 두고 한국 소설의 문체를 바꾼 작가라고 말해요. 새의 선물이 나온 뒤 한국 소설이 다른 방향으로 돌아섰다고요.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새의 선물을 읽으면 알게 돼요.


2026년, 은희경이 7년 만에 돌아와요. 《빛의 과거》 이후 처음으로 나오는 장편소설이에요.

이번엔 60대 자매 '안나'와 '경선'이 주인공이에요.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성격도 외양도 판이한 두 자매를 통해 노년의 삶을 깊이 있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이라고 해요.

새의 선물에서 열두 살 소녀의 성장을 담았던 작가가 30년이 지나 60대 여성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 그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는 예고예요.

은희경은 2026년 신작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어요. "이 소설은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탐문이 아니다. 그냥, 사람의 이야기이다."

30년 동안 쓰고 또 썼는데, 결국 하려던 말은 그거였어요. 그냥, 사람의 이야기.

그 말을 이해하려면 새의 선물부터 읽어보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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