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들 책 이동이 삶의 형태라는 걸 소설로 증명한 올가 토카르추크 | 노리노리

방랑자들 책 이동이 삶의 형태라는 걸 소설로 증명한 올가 토카르추크

소설의 첫 문장이에요.

"어릴 적 나는 지도에 매료되었다."

그 한 문장이 이 소설 전체를 담고 있어요. 어딘가로 향하는 것, 경계를 넘는 것, 그리고 그 이동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

2019년, 이 소설의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한 해 전에는 이 소설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어요.


항목 내용
저자 올가 토카르추크 (폴란드)
원서 출간 2007년 (폴란드어)
한국어 출간 2019년 (민음사 / 최성은 옮김)
수상 2008 폴란드 니케 문학상 / 2018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작가 수상 2019년 2018 노벨문학상 (시상 지연으로 이듬해 수상)
구성 100여 편의 짧은 에피소드 모음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인지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방랑자들은 보통 소설이 아니에요.

주인공이 있고 사건이 있고 결말이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100여 편의 짧은 에피소드들이 모여 하나의 소설을 이루는 구조예요. '패치워크 소설'이라고 불리는 방식이에요.

시점은 '나'였다가 여행길에 만난 사람이었다가 쇼팽의 동생이었다가 차르였다가 제 멋대로 달라져요. 장소는 공항 대기실이었다가 폴란드 시골 길이었다가 이국의 박물관이었다가 호스텔 화장실이 돼요.

그런데 그 파편들이 읽히면서 어느 순간 하나의 감각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해요. 그게 이 소설의 가장 특별한 점이에요.

(소설이 아니라 여행처럼 읽히는 소설이에요. 정해진 목적지가 없어도 어딘가로 가고 있는 느낌. 그게 방랑자들이에요.)


이 소설의 중심 주제가 뭔지를 보면

민음사 소개에서 이렇게 표현했어요. "우리가 사는 장소, 우리가 지닌 이름은 잊혀도 무방한, 아무 의미 없는 귀속의 수단일 뿐이다."

이동과 정착, 떠남과 머묾의 긴장.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움직임 속에서 무언가를 잃어요.

교보문고 소개에 따르면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 묻어 두었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시도, 시련과 고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도 이 방대한 여정에 포함돼요.

물리적 이동만이 여행이 아니에요. 마음이 어딘가로 향하는 것, 기억을 따라가는 것. 그것도 방랑이라는 거예요.


인체 해부학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유

이 소설에서 인체를 방부 처리하는 해부학자 이야기, 인간의 내장기관을 전시한 박물관 이야기가 나와요.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학술 논문에 따르면 토카르추크는 정신과 몸을 대립시키지 않아요. 이동하는 것은 결국 몸이고, 경계를 넘는 것은 결국 몸이에요. 그래서 몸에 대한 이야기가 이 소설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는 거예요.

이 소설에서 몸은 살아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어딘가로 향해요. 그 감각이 방랑자들이라는 제목과 연결돼요.

(처음엔 낯선 구절들이 나중에 다시 보면 전체 소설의 일부라는 게 느껴져요. 그게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펼치고 싶어지는 이유예요.)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가 이 소설을 설명해요

스웨덴 한림원은 올가 토카르추크에게 노벨문학상을 주면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삶의 한 형태로 표현한 상상력"이라고 표현했어요.

그 표현이 방랑자들에 가장 정확하게 들어맞아요. 경계를 넘는 것이 삶의 형태라는 것. 이동이 삶이라는 것.

이 소설 안에는 역사적 인물도 있고 현대의 평범한 여행자도 있어요. 그들이 모두 같은 감각을 공유하고 있어요. 어딘가로 향하는 것, 머물지 않는 것.


독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알라딘 독자 서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반응은 "처음엔 뭔지 모르겠다가 읽다 보면 빠져든다"예요. 100여 편의 에피소드가 처음엔 파편처럼 느껴지는데, 읽을수록 연결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반면 이야기의 선형적 구조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중간에 읽기를 멈추고 싶어지는 소설이기도 해요.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불안이 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불안 자체가 이 소설의 경험이에요. 목적지를 모른 채 이동하는 것, 그게 방랑이고 그게 이 소설이 독자에게 주는 감각이에요.


어릴 적 지도에 매료됐다는 소설의 첫 문장. 지도는 어딘가로 가기 위한 도구지만, 지도를 보는 것 자체도 여행이에요.

방랑자들은 그런 소설이에요. 읽는 것 자체가 이동의 경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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