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이 주인공인 자그마치 50명의 등장인물의 소설— 정세랑작가 대표작 | 노리노리

50명이 주인공인 자그마치 50명의 등장인물의 소설— 정세랑작가 대표작

주인공이 50명인 소설이에요.

단 한 명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50명이 각자의 챕터를 가지고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결돼 있어요.

처음 들으면 이게 소설인지 단편집인지 헷갈리는데, 다 읽고 나면 왜 장편소설인지 알게 된다는 게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에요.


항목 내용
저자 정세랑
출간 2016년 (창비) / 개정판 2024년
장르 장편소설
수상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판매 10만 부 돌파 (개정판 출간 기념)
구성 50명의 인물, 대학병원 배경

50명이 주인공인 소설이 가능한지 궁금했는데

2016년 창비 블로그에서 1월부터 5월까지 연재했어요. 매주 한 명씩, 50명의 이야기를 썼어요.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의사, 간호사, 환자, 보호자, 청소부, 경비원, 식당 직원까지. 그 안팎에서 살아가는 50명의 삶이 각자의 챕터로 담겨 있어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어디선가 스쳐 지나갔거나, 같은 공간에 있었거나, 아니면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그들이 결국 하나의 세계 안에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소설이 조용히 보여줘요.

(책을 덮고 나서 오늘 내가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생각나는 소설이에요. 버스에서 옆에 앉았던 사람,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탄 사람, 그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50페이지짜리 삶이 있다는 것을요.)


이 소설이 담아낸 것들이 지금 봐도 놀라운데

창비 소개에 따르면 이 소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의 사연, 성소수자의 시선, 층간소음 문제, 낙태와 피임에 대한 인식, 싱크홀 추락사고, 대형 화물차 사고 위험 등 한국사회의 현실문제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어요.

2016년 소설인데, 지금 읽어도 낯설지 않아요. 그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세랑이 그 문제들을 다루는 방식이 고발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얼굴로 담아내기 때문이기도 해요.

정세랑 작가는 씨네21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현 시대 내가 속한 공동체에 의미 있는 이야기인지를 따지게 된다." 피프티 피플이 그 기준을 가장 선명하게 적용한 소설이에요.


소설의 결말이 충격적인 이유

소설 전체가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마지막에 영화관 화재라는 대형 참사로 마무리돼요.

나무위키 소개에 따르면 가제가 '모두가 춤을 춘다'였다고 해요. 50명의 인물들이 어딘가에서 춤추는 장면들이 소설 곳곳에 있는데, 그 춤이 결말의 참사와 맞닿으면서 이상한 여운을 남겨요.

삶이 춤처럼 계속되다가 어느 순간 예고 없이 끝나는 것. 그리고 그 끝이 누군가에게는 큰 사건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냥 오늘 하루에 불과한 것. 그 온도 차이가 이 소설이 말하는 거예요.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이유

창비 소개에서 이 작품은 "강력한 가독성과 흡인력으로 이 사회의 연대 의지를 되살리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어요.

50회 수상작이 50명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라는 것도 묘하게 잘 어울려요.

연대 의지라는 표현이 핵심이에요. 50명은 서로를 모르거나, 알아도 깊이 연결되지 않아요. 그런데 같은 세계 안에서 살아가면서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고 있어요. 그걸 아는 것, 그게 연대의 시작이라는 거예요.


독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성균관대 오거서 리뷰에서는 "소설 속 사람들은 각자의 고통을, 행복을,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결국 하나의 세계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이웃"이라고 표현했어요.

알라딘 독자 서재에서는 "읽다 보면 주변 사람들이 생각난다"는 반응이 많아요. 특정 인물에 감정이입하는 게 아니라 읽고 나서 현실 속 주변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된다는 거예요.

10만 부 돌파 이후 나온 개정판도 정세랑이 문장을 일일이 다듬고 달라진 의료 정보 등을 손본 버전이어서 지금 구매한다면 개정판을 사는 게 좋아요.

반면 50명이라는 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어요. 챕터마다 인물이 바뀌다 보니 몰입하다가 끊기는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끊김 자체가 이 소설의 형식이기도 해요. 우리의 삶도 타인의 삶 속에서 그렇게 스쳐 지나가니까요.


50명 중 내가 주인공인 삶은 한 챕터뿐이에요.

그런데 그 한 챕터가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가 되기도 해요. 이 소설이 말하는 게 그거예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삶에서 조연이지만, 나의 삶에서는 유일한 주인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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