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웹사이트에 공개된 단편 하나가 40만 건 이상 조회됐습니다. 단행본이 나오기도 전에 독자들이 몰린 것인데,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읽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판교 IT기업, 계약직, 청첩장 신경전, 첫 정규직.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 등장하는 풍경들입니다. 거창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습니다. 그런데 읽는 내내 멈추기 어렵습니다. 내 옆자리 동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는 독자 반응이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 항목 | 내용 |
|---|---|
| 저자 | 장류진 |
| 출간 | 2019년 10월 (창비) |
| 장르 | 단편소설집 (8편 수록) |
| 등단 |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 |
| 특징 | 판교 IT기업·직장인 소재 / 밀레니얼 세대 직장 문화 정밀 묘사 |
일의 기쁨과 슬픔 수록작 — 8편이 담고 있는 세계
표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화자는 판교 IT기업의 사실상 막내 직원입니다. 회사 중고 거래 앱에 글을 도배하는 동료 빛나 언니를 지켜보면서, 시스템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경향신문 인터뷰에 따르면 등단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웹사이트 공개 직후 40만 건 이상 조회됐을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잘 살겠습니다는 청첩장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는 두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경향신문 소개에서 한 대목이 인용됩니다. "25,000(축의금 대신 먹은 밥값) - 13,000(내가 청첩장 주면서 산 밥값) = 12,000." 직장인에게 결혼식이 어떤 계산식인지를 이 공식 하나로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은 계약직만 전전하다 처음 정규직이 된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그 첫 출근길의 감각이 담담하게 그려집니다.
새벽의 방문자들은 온라인 음란 광고를 필터링하는 일을 하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좁은 원룸 오피스텔이 유일하게 안전한 공간인 그녀에게 어느 날부터 낯선 남자들이 새벽마다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교보문고 소개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와 주제의식 모두 상당한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됩니다.
장류진 소설의 특징 — 계산기가 항상 등장하는 이유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기자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장류진의 소설을 읽다 보면 계산기가 떠오른다고. 등장인물들이 최첨단 트렌드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주판알을 튕기듯 숫자를 두드린다고요.
브런치 리뷰에서 이 소설집의 구조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에누리 없이 계산되는 합리적인 세계이고, 장류진의 인물들은 그 철저한 시스템 안에서 일, 사랑, 돈, 인간관계를 고민하며 살아간다고요.
그게 이 소설이 직장인 독자들에게 이토록 공감을 얻는 이유일 것입니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논리를 소설이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독자들은 어떻게 반응했는가
성균관대 오거서 리뷰에서 한 독자가 이렇게 썼습니다. "내 옆의 친구가 쓴 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싱거운 느낌이 들었지만 읽다 보니 친한 친구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 들어 점점 몰입하게 됐다."
소설가 편혜영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장류진이 포착한 이야기는 바로 지금 우리 시대의 이야기다."
소설가 박상영은 이렇게 썼습니다. "조금도 과하거나 모자람이 없이, 현실의 온도로 지금 이 순간을 담아낼 줄 아는 작가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내 마음속에 서늘하면서도 달콤한 흔적이 새겨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나면 잠깐 멈추게 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일이, 내가 오늘 겪은 일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장류진이 만들어낸 세계는 허구이지만, 그 안의 감각은 지금 이 순간과 정확히 겹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