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밤 있어요? 딱히 이유는 모르겠는데 유독 길게 느껴지는 밤. 뒤척이다가 스마트폰을 켰다가, 다시 끄고 천장을 바라보다가, 그냥 아침이 빨리 오길 기다리는 그런 밤. 그 밤이 얼마나 긴지, 그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 있어요. 제목도 딱 그래요. 《긴긴밤》.
기본 정보
| 항목 | 내용 |
|---|---|
| 저자 | 루리 (글·그림) |
| 출간 | 2021년 |
| 출판사 | 문학동네 |
| 수상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
| 장르 | 장편동화 (글·그림 수록) |
| 분량 | 144쪽 |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겁먹지 마세요
솔직히 말할게요.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보면 "이건 초등학생 책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림도 있고, 분량도 얇고, 제목도 동화 같고. 근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이 책을 읽은 독자 중에는 어른들도 꽤 많아요. 어른들이 읽고 "동화책이 어른의 책보다 더 깊은 내용"이라고 말할 정도예요. 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게 '어린이만 읽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위한 이야기'라는 뜻이에요.
출간 2년도 채 되지 않아 30만 부를 넘긴 책이에요.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주변에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이 있을 거예요.
어떤 이야기인가요
세상에 단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의 이야기예요. 노든은 원래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코뿔소이지만 코끼리들과 함께 자란 거예요. 언젠가 스스로 코뿔소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날이 오고, 노든은 야생으로 나가요. 그곳에서 아내를 만나고, 딸을 낳고, 짧지만 반짝이는 행복을 누려요.
그런데 밀렵꾼이 나타나요. 노든은 아내와 딸을 잃어요. 그 후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동물원에 갇히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려요.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터지면서 동물원 울타리가 무너져요. 탈출하는 혼란 속에서 노든은 치쿠라는 펭귄을 만나요. 치쿠는 단짝 친구 윔보와 함께 소중하게 품어온 알을 입에 물고 있어요.
코뿔소와 펭귄. 모든 것이 달라요. 생김새도, 사는 방식도, 가야 할 곳도. 근데 이 둘은 함께 바다를 향해 걷기 시작해요. 노든에게는 복수할 밀렵꾼이 있고, 치쿠에게는 반드시 바다로 데려가야 할 알이 있어요. 각자 가야 할 곳이 다른 두 존재가, 함께 긴긴밤을 걷는 거예요.
결말 (스포일러)
치쿠는 바다에 닿기 전에 세상을 떠나요. 그날 밤, 치쿠가 품고 다니던 알에서 아기 펭귄 '나'가 태어나요.
이 소설의 화자는 바로 그 아기 펭귄 '나'예요. 이야기 전체가 사실 아기 펭귄이 자신을 있게 해준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치쿠, 윔보, 그리고 노든. 이 세 존재가 없었다면 '나'는 태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아기 펭귄은 노든과 함께 계속 바다를 향해 걸어요. 그러다 노든이 쓰러지고, 사람들에게 구조되면서 '나'는 혼자가 돼요. 노든이 마지막으로 들려준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혼자 바다를 향해 나아가요. 그리고 마침내 바다를 만나요.
책은 이렇게 끝나요.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이름도 없는 작은 펭귄이, 수많은 긴긴밤을 건너 바다에 닿는 순간이에요.
그래서, 왜 청소년이 읽어야 하냐고요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솔직하게 말할게요.
첫 번째. '달라도 괜찮다'는 걸 보여줘요
코뿔소와 펭귄은 어떻게 봐도 어울리지 않아요. 그런데 이 둘은 서로의 다름을 고치려 하지 않아요. 그냥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하면서 함께 걸어요. 학교에서, SNS에서, 어디서든 '나만 다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아본 적 있다면 이 둘이 걷는 장면이 유독 마음에 남을 거예요.
두 번째. '불완전해도 괜찮다'고 말해줘요
아기 펭귄에게는 이름이 없어요.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펭귄도 나와요. 뿔이 잘린 코뿔소도 나와요. 이 책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하나같이 뭔가 부족하거나 상처받은 존재들이에요. 그런데 그 부족함이 이야기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너는 충분하다'는 말이 설명 없이 그냥 느껴지는 책이에요.
세 번째. 긴긴밤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예요
공부가 힘든 밤, 친구 관계가 꼬인 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밤, 왜 이렇게 사는 건지 모르겠는 밤. 그런 밤에 이 책을 읽으면 노든과 치쿠가 함께 걷는 장면이 다르게 보여요. 긴긴밤은 끝나기 마련이고, 그 밤이 끝날 때쯤 우리는 조금 더 자라 있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말해줘요.
네 번째. 나를 있게 한 사람들을 돌아보게 해요
아기 펭귄 '나'는 수많은 존재들의 희생과 사랑이 모여서 태어났어요. 치쿠의 알을 지켜준 윔보, 치쿠와 함께 걸어준 노든, 노든을 살려준 코끼리들, 이름 모를 수많은 연대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돼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생각이 따뜻해요.
실제 독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 깊이 공감한 반응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이지만 어른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는 책"이라는 반응이 많아요. 한 독자는 "이 책과 비슷한 책이 언젠가 있었나 기억해봐도 떠오르는 게 없다. 완벽히 새로운 느낌"이라고 했고, 또 다른 독자는 책을 덮고 자신을 지탱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는 반응을 남기기도 했어요.
👎 이런 분과는 안 맞을 수 있어요
빠른 전개를 원하거나 결말이 명확하게 해소되길 기대하는 분에게는 다소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감정을 천천히 소화하기보다 즉각적인 재미를 원한다면 이 책보다는 다른 장르가 더 맞을 수 있어요.
🤔 독자들이 각자 다르게 해석하는 부분
'긴긴밤'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독자마다 해석이 달라요. 어떤 독자는 "사랑하는 존재를 아픔으로 기억했던 밤"이라고 해석하고, 어떤 독자는 "내일이 두려워서 잠 못 드는 밤"이라고 해석해요. 하나의 정답이 없는 게 이 책의 매력이에요. 읽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닿는 책이에요.
이 책은 이런 밤에 읽으면 좋아요
- 이유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은 밤
- 나만 뒤처진 것 같아서 불안한 밤
- 나를 진짜 아무도 이해 못 할 것 같은 밤
- 그냥 조용히 위로받고 싶은 밤
144쪽이라 부담 없이 한 번에 읽을 수 있어요. 읽고 나서 잠이 더 잘 오진 않을 수도 있어요. 대신 아침이 조금 다르게 보일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 책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우리 삶은 더러운 웅덩이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더러운 웅덩이 속에 빛나는 별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이야기한다."
지금 여러분의 긴긴밤이 어떤 밤이든, 그 밤 하늘에도 별이 있어요. 노든과 아기 펭귄이 그랬던 것처럼, 그 별을 찾아가는 여정이 이 책 안에 있어요.
한 번 읽어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