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서점가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한강의 노벨문학상 효과로 12주 연속 베스트셀러 1, 2위를 굳건히 지키던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는데, 그 자리를 밀고 들어온 건 아이돌이었어요.
아이브 장원영이 tvN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해 "그 책을 몇 소절 읽으면 화낼 일이 없어요"라고 한마디 했는데, 그 뒤 일주일 만에 판매량이 전주 대비 76배 상승했고, 예스24에서는 소년이 온다를 밀어내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어요.
그 책이 《초역 부처의 말》이에요.
| 항목 | 내용 |
|---|---|
| 저자 | 코이케 류노스케 (일본 승려) |
| 번역 | 이정환 |
| 출간 | 2024년 5월 (포레스트북스) |
| 장르 | 인문 / 불교 / 자기계발 |
| 구성 | 12가지 주제, 190개의 부처의 말 |
| 화제 | 장원영 추천 후 예스24 종합 1위, 판매량 최대 76배 상승 |
장원영이 추천했다는 게 왜 이렇게 폭발적이었는지를 보면,
아이돌이 책을 추천하는 일 자체는 드물지 않은데, 이 책이 유독 반응이 컸던 이유가 있어요.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성별 구매 비중이 여성 65.7%, 연령별로는 30대가 37.7%로 가장 높았는데, 이건 장원영 팬덤의 10~20대만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넓은 층이 함께 움직였다는 뜻이에요.
지쳐있고 불안한 사람들이 연초에 서점을 찾는 시기에,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더 빠르게 퍼진 거예요.
(장원영이 "화낼 일이 없어요"라고 한 것보다 사람들이 진짜로 원했던 게 그거였던 것 같아요. 화를 가라앉힐 무언가가 필요한 시대니까요.)
'초역'이라는 단어가 이 책의 핵심을 담고 있는데,
초역(抄訳)은 단순한 번역이 아니에요. 원문을 요약하고 현대어로 재해석한다는 뜻이에요.
2500년 전 부처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지금 우리에게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이 그 말들을 현대인의 언어로 다시 썼어요.
그래서 이 책은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읽을 수 있어요. 종교적 가르침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마음이 힘들 때 꺼내 읽는 짧은 문장들의 모음이에요.
12가지 주제에 190개의 구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부터 읽을 필요가 없어요. 어디를 펼치든 그 자리에서 읽히는 구조로 만들어졌거든요.
인상적인 문장들
"모든 것은 적당한 때에 결국, 네게 올 테니. 언젠가 너는 네가 있어야 할 곳에서 너와 함께할 운명인 사람과 네가 해야 할 일을 하며 살게 될 것이다."
"갖고 싶다는 끝없는 갈애의 저주에서 벗어난다면, 당신의 마음은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첫 번째 문장이 SNS에서 가장 많이 퍼진 문장이에요. 조급함을 내려놓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장 강하게 닿는 말이거든요.
이 책을 둘러싼 논란도 알고 읽으면 좋은데,
리디 독자 리뷰에서는 아쉬운 반응도 있었어요. 부처의 말씀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다 보니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는 거예요. 초역이 너무 단순화됐다는 비판이에요.
코이케 류노스케의 해석이 원전 불교 경전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두고 불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리기도 해요.
그래서 이 책은 불교를 깊이 공부하려는 용도보다는 일상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짧은 위로 텍스트로 읽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걸 알고 읽으면 기대치가 맞아떨어지고, 모르고 읽으면 기대와 달라서 실망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독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이돌 팬덤의 영향과 더불어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는 내용이 연초 독서를 하기 위해 서점을 찾은 독자들의 도서 선택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어요.
독자들 사이에서는 책상 위에 두고 하루에 한 구절씩 읽는다는 반응이 많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책이 아니라 필요할 때 꺼내 펼치는 책이라는 거예요.
반면 깊이가 없다는 반응도 분명히 있어요. 불교 철학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너무 단순화됐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거든요.
마음이 힘든 날, 두꺼운 책은 손에 잡히지 않아요.
그런 날 가방에서 꺼내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 문장만 읽는 것, 그게 이 책이 설계된 방식이에요.
2500년 전 사람의 말이 지금 이 순간에도 닿는다는 것, 그게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진짜 이유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