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도 인터뷰도 없이 26년간 베스트셀러 — 양귀자 작가와 대표작 | 노리노리

광고도 인터뷰도 없이 26년간 베스트셀러 — 양귀자 작가와 대표작

인터뷰를 하지 않는 작가예요.

한국경제에 따르면 1998년에 발표한 소설 모순이 2024년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5주째 오르고 있었는데,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돌아온 대답은 딱 한마디였어요.

"작가님은 인터뷰 전혀 안 합니다."

광고도 하지 않아요. 언론에 나오지도 않아요. 그냥 글만 써요. 그런데 26년이 지나도 베스트셀러예요.


항목 내용
출생 1955년, 전북 전주
학력 원광대학교 국문학과
등단 1978년 문학사상 (다시 시작하는 아침)
수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특징 인터뷰 없음, 광고 없음, 그럼에도 26년간 베스트셀러

양귀자가 어떤 작가인지를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는데,

등단 초기의 양귀자와 지금의 양귀자가 너무 다르거든요.

1980년대에는 원미동 사람들로 대표되는 민중의 삶을 담은 리얼리즘 작가였어요. 경기도 부천의 작은 동네 원미동을 배경으로 그 안에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작 형태로 담아냈는데, 지금도 수능 지문으로 자주 나오는 작품이에요.

그런데 1990년대부터 달라졌어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그리고 모순. 판타지적 요소와 대중적 감수성이 강해지면서 문단 일부에서는 '변했다'는 비판도 나왔어요.

조선대 논문에 따르면 비평가들이 1990년대 이후 양귀자 소설에 '대중적', '통속적'이라는 딱지를 일관되게 붙이기 시작했는데, 그 비판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꾸준히 읽었어요.

(결과적으로 26년간 베스트셀러라는 숫자가 그 논쟁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인 것 같아요.)


대표작들을 순서대로 보면 작가의 변화가 보이는데,

원미동 사람들 (1987) — 양귀자의 출세작이에요. 경기도 부천 원미동이라는 가상의 동네를 배경으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11편의 연작으로 담았어요. 고등학교 수능 지문에 단골로 나오는 작품이기도 하고, 한국 단편소설의 고전 중 하나로 꼽혀요. 따뜻하면서도 씁쓸한 그 감각이 양귀자 문학의 시작이에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1992) — 파격적인 소설이었어요. 발표 당시 많은 논란을 일으켰는데, 여성의 욕망과 금기를 정면으로 다뤘기 때문이에요. 지금 읽어도 강렬한 소설이에요.

모순 (1998) — 양귀자의 가장 유명한 소설이에요. 25살 안진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가난한 어머니와 풍족한 이모라는 두 삶의 대비를 통해 삶의 모순을 담담하게 풀어냈어요. IMF 직후 출간됐는데 그해 11월까지 다섯 달 동안 소설 분야 1위를 지켰어요. 그리고 26년이 지난 2024년에도 베스트셀러 1위예요.

천년의 사랑 (1995) —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다룬 판타지 소설이에요. 원미동 사람들과 가장 다른 결의 소설인데, 이 작품이 '변했다'는 비판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어요.


모순이 26년간 읽히는 진짜 이유가 뭔지를 보면,

한국경제는 이 소설에 대해 성별의 구분을 넘어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을 섬세하게 활자로 풀어냈다고 평가했어요.

안진진은 25살 여성이고, 배경은 1990년대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25살이 읽어도, 40대가 읽어도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건 그 안에 담긴 질문이 시대를 타지 않기 때문이에요.

선보다 악을, 행복보다 불행을 선택하게 만드는 인생의 모순.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 모순을 손잡고 살아가야 하는 고민.

그게 1998년에도, 2024년에도, 지금도 유효한 이유예요.


양귀자 소설을 처음 읽는다면 어디서 시작해도 좋은지,

원미동 사람들을 먼저 읽으면 초기 양귀자의 색깔을 알 수 있어요. 담담하고 따뜻하면서도 인간의 속물근성을 꿰뚫어 보는 시선이에요.

모순은 어느 나이에 읽어도 공감이 가는 소설이고, 성균관대 오거서 리뷰 표현처럼 "가난, 처절함, 환멸, 우울, 삶에 대한 방관 등 인생의 모든 씁쓸함을 골고루 맛본 사람만이 온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에요.

(그 표현 자체가 어떤 독자에게 이 책이 맞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아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다른 두 작품을 읽고 난 뒤에 읽으면 더 흥미로워요. 같은 작가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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