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하면 대부분 7년의 밤이나 종의 기원을 먼저 떠올려요.
그런데 정유정을 정유정답게 만든 최초의 소설은 따로 있어요.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내 심장을 쏴라》예요.
17년이 지난 2026년, 새 표지를 입고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어요. 리디 소개에 따르면 뜨거운 감동과 생에 대한 각성이 꿈틀대며 희망에 대한 끈을 다시 움켜잡게 만드는 마력이 깃든 작품이라고 했어요.
17년이 지나도 마력이 사라지지 않는 소설이에요.
| 항목 | 내용 |
|---|---|
| 저자 | 정유정 |
| 출간 | 2009년 초판 / 2026년 개정판 |
| 수상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1억 원 고료) |
| 장르 | 장편소설 / 휴먼드라마 |
| 영화화 | 2015년 동명 영화 (넷플릭스 스트리밍 중) |
| 특징 | 정유정 초기작, 악의 3부작과 달리 블랙 코미디 중심 |
악의 3부작과 전혀 다른 정유정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인데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이 세 소설을 정유정의 악의 3부작이라고 부르는데, 어둡고, 무겁고, 인간의 악을 정면으로 다루는 소설들이에요.
그런데 《내 심장을 쏴라》는 달라요. 나무위키에 따르면 정유정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가장 잘 살아있는 작품이에요. 정신병원이라는 무거운 배경인데, 두 남자의 탈출 시도가 어딘가 웃기고 황당하고 그러면서 울컥하게 만들어요.
(정유정을 악의 3부작으로만 알았던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 같은 작가인지 의심한다는 반응이 많아요. 그런데 읽다 보면 분명히 정유정이에요. 속도감, 생생한 배경 묘사, 끝까지 놓지 않는 흡인력. 그 모든 게 정유정 그대로거든요.)
줄거리는 이렇게 흘러가는데
수명은 6년째 정신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모범환자예요.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시작된 일이 지금은 삶의 방식이 됐어요.
그런데 퇴원 일주일 만에 아버지의 강제 입원으로 수리 희망병원 폐쇄병동에 갇히게 돼요. "이번에 가면 죽기 전엔 못 나온다"는 아버지의 선고와 함께요.
같은 날 입원한 스물다섯 동갑내기 승민이 문제예요. 이유도 없이 강제 입원을 당한 승민은 어떻게든 이 병원을 나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움직이는데, 수명이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둘은 계속 탈출을 시도해요. 그리고 계속 실패해요. 그 반복 속에서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이야기예요.
이 소설이 말하는 게 뭔지를 보면
나무위키 추천사에서 이렇게 표현했어요. "거듭되는 도전에도 늘 그 자리에 머무는 일상에의 은유와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져주는 작품. 무기력한 청춘, 죽을힘을 다해 인생을 살아내는 청춘들에게 바치는 헌사."
정신병원은 소설의 배경이지만, 그 폐쇄병동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은유이기도 해요.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 그럼에도 계속 시도하는 것들.
정유정이 이 소설을 쓴 건 2009년인데,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영화도 있는데
2015년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어요. 현재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에요.
소설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보면 소설을 읽을 때 인물들의 얼굴이 먼저 떠올라요. 반대로 소설을 먼저 읽으면 영화에서 다르게 해석된 장면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어느 순서로 접하든 두 가지 모두 경험하고 싶어지는 소설이에요.)
독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성균관대 오거서 리뷰에서는 정유정의 7년의 밤을 읽고 충격을 받은 독자가 이 소설을 이어서 읽었는데 초반의 배경 묘사가 장황하게 느껴졌다는 솔직한 반응이 있었어요.
그런데 중반부터 이야기가 폭발하면서 끝까지 놓을 수 없었다는 게 공통적인 경험이에요. 정유정 소설의 특징인 느린 시작과 폭발적인 전개가 이 소설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는 거예요.
2026년 개정판이 나오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악의 3부작을 먼저 읽고 난 독자들이 정유정의 출발점을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아요.
수명은 탈출에 번번이 실패하지만, 그 실패가 쌓이면서 뭔가 달라져요.
삶을 살아낸다는 게 그런 거 아닐까요. 성공해서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아서 달라지는 것들.
정유정이 2009년에 던진 이 질문이 2026년에도 유효한 이유예요.

